캄보디아는 남ㆍ북한과 동시 수교한 국가 중 하나이다. 한국이 191 개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있고 북한은 160개국과 수교하고 있는데 그 중 157개 국가가 남ㆍ북한과 동시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다(2021년 4월 현재). 지금이야 대부분의 나라가 친한 정책을 유지할 정도로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중심으로 한 국격 상승이 이루어졌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친 북한 노선을 유지한 나라들이 많았다. 그 당시, 한국에 비해서 북한과 절대적 우호 관계를 맺었던 국가들로는 중국, 러시아, 쿠바 그리고 동유럽 일부 국가들과 아프리카, 중동의 제 3세계 국가가 있었는데 이 나라 중 일부는 북한과 형제애를 나눌 정도로 특별하고 돈독한 우의를 가졌으니 그 중 하나가 캄보디아다.
캄보디아는 한국과 1997년 수교를 맺었지만 북한과는 1964년 4월에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한국은 캄보디아와 1962년 영사관계를 수립하여 총영사관을 설치하였으나, 1966년 주 캄보디아 일본대사관에 북한의 김귀하 복싱선수가 망명을 요청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한국 정부는 이 선수의 망명이 한국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나 외교 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양국 관계와 일본 정부의 망명에 대한 부정적 대응으로 결국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북한 선수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 버렸다. 한국 정부는 비 인도주의적 캄보디아 정부의 행태에 대한 항의로 1967년 1월 주 캄보디아 한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였다. 그렇게 양국은 30년을 외교 공백으로 지내다 1996년 대표부 설치 후 1997년 비로서 대사관을 설치하면서 국교를 수립하게 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양국의 외교 관계가 복원되는 '재수교'라고 말하는데 이는 영사 관계와 국교 수립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얘기일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우리나라보다 무려 33년이나 먼저 캄보디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으니 그둘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캄보디아가 한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있다. 당시 훈센 총리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 전략을 위해 한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추진하였는데 당시 시하누크 국왕은 한국과 1996년 대표부 설치 때부터 국교 수립을 강하게 반대했고 그 반대는 이듬해인 1979년에 국교가 수립될 때까지 이어졌다. 시하누크 국왕의 이런 반대에는 시하누크 국왕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형제의 연을 맺을 정도로 관계가 특별한 것에 그 이유가 있다. 1970년 친미 주의자인 론놀 정부가 쿠테타로 시하누크 국왕의 정권을 무너뜨리자 시하누크 국왕은 해외로 망명하였고 이때 중국(마오쩌둥)과 북한(김일성 주석)이 그를 극진히 맞아 주었으며 특히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그와 형제의 연을 맺기까지 하였다.
중국과 북한이 캄보디아와 얼마나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는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 상업지역에 가면 ‘마오쩌둥 대로(毛澤東 大路)’가 있고 또 다른 중심가인 뚤꼭 지역에 가면 ‘김일성 대원수 거리’가 있다. 이것만으로도 캄보디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고 시하누크 국왕이 왜 그렇게 한국과의 수교를 반대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또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초청 국가의 원수인 시하모니 국왕이(2004년 즉위, 시하누크 국왕의 아들) 북한을 의식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해외로 출국해 버리는 초유의 외교적 결례가 있었다. 그래서 국빈 만찬의 주인 역할을 캄보디아 상원의장이 대신한 일이 벌어졌으며 이후로도 계속된 캄보디아 왕실의 반한 감정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아무튼 캄보디아 왕실의 반한 감정이 절정에 달한 이 사건(?)은 외교적으로 유명한 일화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외교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였고 지금은 캄보디아가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 북한보다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캄보디아는 한국과 교역량이 2001년 1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지금은 총 교역규모가 352억 달러에 이르고 있고 FTA 협정까지 맺은 명실상부한 한국의 신 남방정책의 중심에 있는 국가가 되었다. 반면에, 북한과의 관계는 과거 형제 국가인 전통 우방국에서 지금은 캄보디아가 UN의 대북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을 정도로 양국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야말로 일반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으로 양국 관계가 추락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캄보디아는 확실히 험난한 역사를 거쳐 왔다. 한때 인도차이나 반도 대부분을 지배했던 ‘앙코르 제국’의 영화를 재현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국가 발전에 매달리고 있다. 또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이다. 그리고 한국이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는 메콩강 유역 5개국가 (중국, 라오스, 태국,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에 미얀마를 포함한 메콩강 유역 경제 벨트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심에 위치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함께 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양국은 서로 윈윈하는 상생의 결과를 얻으리라고 믿는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던 중, 이전에 소개한 ‘캄보디아 전자 정부 구축에 한국의 기술이 있다’ 글과 관련된 한국의 행안부 담당자가 곧 캄보디아에 파견되어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머잖아 이에 대한 후속 소식을 전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날로 발전해 가는 한국과 캄보디아 관계만큼 남북한의 관계도 발전되어 통일의 날이 어서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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