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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돌과 오름, 바람의 전원교향곡 '제주풍류도'

입력 2023.06.06 12:58
수정 2023.06.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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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경 문화기획 나무 기획감독
    제주대학교 음악학과(피아노) 졸업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음악교육) 졸업
    Italy Firenze Centro StudiMusica&Arte Musicoterapia(음악치료) Diploma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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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경 대표 사진제공 - 유창훈 작 '바람이 그린 그림-한라에서 성산까지'

     

    [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정지훈 기자= 제주의 보물 '제주풍류도'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 2023년 유창훈 작가의 '제주풍류도'가 지난 3월 1일부터 5월 28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열렸다.

     

    갤러리 입구, 10미터에 이르는 화폭에 긴 호흡으로 그려진 '제주풍류도'가 관람객을 압도했다.

     

    '바람이 그린 그림-한라에서 성산까지'는 작가가 백약이 오름에 올라 한라에서 성산까지 그려지기를 소망하며 바람에 펄럭이는 종이를 붙잡고 한라산에서 시작된 스케치가 거짓말처럼 종이 끝에서 성산일출봉과 조우한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대지 위로 수많은 오름이 오선지의 음표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은 평온하고 아름다운 한 곡의 교향곡이다. 작가는 ‘갯바위는 어머니다’라고 말한다.

     

    잔잔한 날도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도 파도의 출렁임을 받아내는 갯바위처럼 바람 잘 날 없는 자식들을 인내로 떠안고 지켜 주시는 어머니의 고단한 삶에 대한 애절함. 파도에 깎여 둥글어진 갯바위를 붉게 물들인 노을 그림에서 늙은 소나무처럼 딱딱하게 굽은 어머니의 어깨가 그려진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다지 세밀하게 그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먹의 습기를 제거한 갈필부터 물기를 가득 머금은 다양한 농도 표현에서 작가의 원숙하고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투명한 개울물에 한 방울의 푸른빛을 떨어뜨린 듯 청명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으로 치유와 여유라는 선물을 주는 작품들을 보면서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이 떠올랐다.

     

    베토벤 교향곡 6번‘전원’

    소박하며 평온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영혼을 치유 받고 음악의 영감을 얻었으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게 했던 ‘하일리겐슈타트’의 숲과 자연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곡한 작품이 바로 교향곡 6번 ‘전원’이다.

     

    베토벤의 메모에 의하면 전원교향곡은 ‘전원에서의 즐거움이 사람들 마음속에 불러 일으키는 여러 가지의 감정 표현이며, 그에 곁들여 몇 가지 기분을 그린 것이다‘ 라고 말했던 것처럼 화음을 쌓아가며 만든 높은 탑이 아닌 편안하고 드넓게 펼쳐진 자연을 그리듯 작곡되었다.

     

    전원은 각 악장마다 즐거움, 평화, 축제, 폭풍우의 격정, 감사 등 다양한 감정이 표출된 곡으로 제주의 변화무쌍한 풍광을 ’먹‘이라는 재료로 담백하고 평온하게 때로는 강인하게 그려낸 유창훈 작가의 40여 점의 한국화와 닮아있다.

     

    특히, 1악장은 주제가 되는 작은 모티브가 때론 작게 때론 크게, 또는 잠시 쉬어가는 듯하다가 다시 반복되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롱테이크로 쭉 훑어가는 듯한 연주가 '제주풍류도'에 겹쳐지며 베토벤이 느꼈던 자연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감사함과 애정의 심상을 볼 수 있다.

     

    유창훈 작가는 작품들이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요소들과의 시도를 통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할 수 있는 그림으로 발전되어 가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번 전시는 제주의 원초적인 자연에 예술적 가치가 더해진 생태, 역사, 문화의 공간인 제주돌문화공원과 잘 어우러지며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공미술의 좋은 본보기로 자연과 인간이 일상속에서 예술을 통해 얼마나 평화롭고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가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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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경 대표 사진제공 - 제주돌문화공원 내 ’하늘연못‘ 전경

     

    공공문화예술의 방향성

    즐거움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예술 향유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상호이해를 통한 신뢰와 문화적 수준을 높여 준다.

     

    따라서, 예술은 예술가 또는 애호가들만의 영역이 아닌 예술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공공문화예술은 다양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색다른 시각, 여러 영역 간의 협력을 통한 다양하고 융ㆍ복합적인 시도를 통해 누구나 일상 속에서 마음껏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 외국의 사례와 유사 박물관 미술관 등의 공공문화예술 기관의 사례를 보면 영역 간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문화예술이 지닌 가능성과 잠재력을 증폭시켜 예술가와 시민 누구나 예술을 향유 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들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 과정에는 `보호’와 `변화’라는 대립적 양면성이 있을 것이고 각자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전통의 기본을 지켜가는 것과 발전이 함께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돌문화공원의 기획전처럼 지역의 소중한 예술가와 공공 기관의 콜라보 작품으로 태어난 위와 같은 긍정적인 사례는 향후 제주의 문화예술과 공공예술기관의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제주돌문화공원 내 전통 초가를 활용한 예술인마을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입주작가를 공모하였다.

     

    기증자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돌문화공원을 작품창작의 공간으로 활용해 예술인을 육성하고 입주 작가와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작가의 작품세계와 관객들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 될 것이다.

     

    현재 돌문화공원은 다양한 미술 전시와 공연기획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공간의 개방을 통한 예술인들과의 협업, 전통 체험 및 관광객과 제주도민이 함께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열린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화와 예술로 행복한 섬 제주를 응원한다.

     

    ◈ 본 전문가 컬럼은 한국복지신문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