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김경화 기자= 시엠립 로컬 시장에서 상인들이 팔고 있는 물고기를 보고 꽤나 놀랐던 적이 있다. 딱 봐도 거친 대양과 심해를 휘젓고 다닐 것 같은, 거대하고도 기름진 씨알 좋은 활어들이 여기저기에서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붕어와 잉어같이 투박하게 생긴 물고기들도 있었지만, 흔히 빨간고기라고 불리는 눈볼대와 닮은 생선이나, 마름모꼴의 은빛 비늘을 가진 뱅어돔과 닮은, 어떻게 봐도 바다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물고기들도 많았다.
시엠립은 바다에서 상당히 먼 내륙이기에 이 물고기들이 바다에서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물어볼 것까지 없었지만 확인코자 상인들에게 들어보니, 물고기들은 가까이에 있는 호수 '톤레삽'에서 온 것이라 하였다. 톤레삽 호수란 캄보디아가 품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길이는 250km에 이르며 폭은 100km에 이른다. 톤레삽은 우기와 건기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기의 톤레삽 호수의 규모는 건기에 비해 3배 정도 커진다.
어족자원이 풍부한 이유는 톤레삽 뿐만이 아니다. 캄보디아의 지도를 보면, 캄보디아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관통하는 큰 강을 볼 수 있다. 이 강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강인 '메콩강'이다.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시작하여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서 바다로 흘러나간다.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고, 유수량은 10번째이다. 이와 같이 캄보디아는 담수어를 얻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농림수산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동안 어획한 민물고기는 96만 톤이라고 한다. 생산량만으로는 이 수치가 가지는 의미가 알기 어렵다.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IFReDI, 2013)가 있어 소개한다. 2013년에 발표된 조사 결과인데, 캄보디아 사람들이 섭취하는 총단백질의 76%가 수산물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중 담수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4%로, 캄보디아 사람들이 담수어를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은 전체 단백질 섭취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한국에서도 물고기를 먹기는 하지만 해수어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필자의 식습관을 돌아보았을 때, 담수어를 통한 단백질 섭취는 1%도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캄보디아는 민물고기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캄보디아는 민물고기와 관련된 식문화가 발전하였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물고기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굽거나 삶거나 튀겨먹는 기본적인 요리 방법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고, 물고기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서 요리방법이나 먹는 방법을 달리한다. 무엇보다도 발달된 기술은 흙냄새를 잡는 기술이다. 동남아시아의 물고기들은 대부분 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진흙 냄새를 잡는 것이 담수어 요리의 핵심이다. 물고기의 입에 레몬그라스를 비롯한 향채를 집어넣어 굽기도 하고, 물에 여러 종류의 향채를 넣어 삶음으로써 물고기 냄새를 빼기도 한다. 요리와 곁들이는 조미료의 향을 강하게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냄새를 잡기 위한 숨은 테크닉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크메르의 방식으로 요리된 민물고기는 전혀 진흙 냄새로 인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이러한 방법의 일환으로 신맛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캄보디아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신맛이 강한 민물고기 수프는 별미이다.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이러한 계통의 스프는 태국의 '똠얌'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캄보디아에서 물고기를 활용한 식재료로는 '쁘로혹'이 있다. 쁘로혹은 우리나라의 물고기 젓갈과도 비슷한데, 작은 물고기들을 소금과 함께 으깬 후, 발효시켜 만든 보존식이다. 하지만 제조공정 때문인지 냄새가 보통이 아니다. 크메르 루주가 캄보디아를 장악했을 때, 외국인을 색출하기 위해 쁘로혹을 찡그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쁘로혹은 먹기 쉬운 음식은 아니지만 캄보디아 요리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부재료로 아주 많이 사용된다. 캄보디아의 젊은 여성분들은 오이나 롱 빈 같은 야채를 쁘로혹에 찍어먹는 것을 즐긴다.
한편, 쁘로혹을 만들 때 '뜩뜨러이' 가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이는 우리나라의 어간장과 비슷하다. 쁘로혹을 즐겨먹는 외국인은 많지 않지만, 뜩뜨러이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많은 편이다. 볶음밥에 곁들이거나 튀김요리를 살짝 찍어먹는 데에 절묘한 감칠맛을 더해준다. 태국음식으로 유명한 샐러드인 '쏨땀'이 뜩뜨러이를 사용하는 요리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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